
1. 책을 열기 전에 생기는 ‘궁금함의 씨앗’
아이들이 책을 읽기 전에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는 이후 독서 경험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흥미와 호기심은 책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 필요한 내적 동기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은 아직 스스로 긴 글을 해석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의 씨앗’을 심어 주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때 교사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기대감을 높이는 질문법입니다. 표지를 함께 바라보며 “이 그림 속 동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와 같이 단순하지만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독서 이해력과 상상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앤터니 브라운의 『고릴라』를 활용한 기대감 질문
앤터니 브라운(Anthony Browne)의 그림책 『고릴라(Gorilla)』는 아이들과 독서 전 대화를 나누기에 탁월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커다란 고릴라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단순히 그림을 보는 순간 아이들은 이미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때 “고릴라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아?”, “고릴라는 보통 동물원에 살지? 그런데 이 고릴라는 어디에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다양한 추측을 합니다. 책 속 주인공 소녀가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외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읽기 전에, 아이들은 고릴라의 모습만 보고도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키워 나갑니다. 이러한 질문은 이야기의 전개를 예측하게 만들고, 예측과 실제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는 과정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
3. 『도깨비 살려』와 『고릴라』 사례에서 배우는 질문의 힘
또 다른 사례로, 우리나라 그림책인 『도깨비 살려』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장난기 넘치는 도깨비들이 등장합니다. 책을 열기 전에 “도깨비는 무섭다고 생각해? 아니면 재미있다고 생각해?”, “만약 도깨비가 우리 집에 온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자기 경험과 상상을 동시에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책이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처럼 『고릴라』와 『도깨비 살려』 모두 아이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동물, 전래적 상상 존재—를 담고 있어, 질문을 통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합니다. 표지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왜 이 장면이 첫인상으로 쓰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림책의 예술적 장치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이야기로 이미 들어간 셈입니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은 독서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나만의 발견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4. 초등 1·2학년 발달 특성과 질문법의 효과
초등 저학년은 사고력과 언어 발달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긴 글을 읽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 단서와 간단한 질문을 통한 탐색 활동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이 주인공은 어떤 기분일까?”, “그림 속 배경은 어디일까?” 같은 짧은 질문은 아이들이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질문 활동은 첫째, 독서의 즐거움을 높여 줍니다. 책이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놀이와 탐험의 장으로 인식되면 아이들은 책과 친해지고 자발적으로 독서를 이어가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둘째, 문해력 발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왜 그런가’를 생각하는 훈련을 하며, 그림과 글을 연결 지어 추론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이는 이후 교과 학습에서도 중요한 사고 기반이 됩니다.
결국, 책 읽기 전 기대감을 높이는 질문은 단순한 독서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돕는 핵심적인 교육 방법입니다. 『고릴라』나 『도깨비 살려』와 같은 그림책을 활용한 질문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책장을 넘기기 전 생긴 궁금증이 책을 읽는 동안 해소되고, 때로는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탐구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배워 나갑니다. 초등 1·2학년의 발달 특성에 맞춘 이런 독서 전 질문법은 단순한 호기심 자극을 넘어 평생 독서 습관과 사고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