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문이 글쓰기로 이어지는 순간
아이와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언제나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왜?”, “어떻게?”, “너라면?” 같은 짧은 질문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흔들어 놓지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특히 이런 질문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아직 긴 글을 쓰기엔 버겁지만, 질문을 매개로 짧은 말이 한 줄 문장이 되고, 문장이 이어져 작은 글이 됩니다. 오늘은 김기정 작가의 그림책 `난중일기`와 `새끼 개`를 통해, 독서 질문이 어떻게 글쓰기의 발판이 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2. `난중일기`에서 배우는 기록의 힘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의 고단한 나날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주제일 수 있지만, 김기정 작가의 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따뜻하고 쉽게 풀어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에게 “왜 이순신 장군은 힘들어도 글을 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세요. 아이는 “잊지 않으려고요.”, “마음을 정리하려고요.” 같은 짧은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대답을 그대로 적으면 이미 한 줄 글이 되고, “너라면 하루 중 어떤 일을 기록하고 싶니?”라고 이어 묻는다면 아이의 글은 생활 글로 확장됩니다.
또한 `난중일기`는 단순히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글쓰기가 사람의 내면을 다스리고 힘을 주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매일 짧게라도 글을 쓰는 습관은 아이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일기는 하루 동안 겪은 경험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감정을 표현하게 해 주지요. 아이는 “오늘은 화가 났다”, “친구와 놀아서 즐거웠다” 같은 단순한 기록에서 시작해 점점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즐거웠는지”를 붙여 나갑니다. 이렇게 원인과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글은 점차 구조를 갖추고, 아이의 사고력 또한 자라납니다. 무엇보다 일기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아이가 글쓰기에서 느끼는 부담을 덜어 주고 자신만의 글쓰기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좋은 통로가 됩니다. `난중일기`를 읽으며 “나도 오늘 하루를 써 보자”라는 질문을 던질 때, 아이는 이순신 장군처럼 기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을 떼는 셈입니다.
3. `새끼 개`에서 시작되는 감정 글쓰기
`새끼 개`는 어린 강아지와 주인 사이의 애틋한 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특히 공감을 얻기 쉬운 작품이지요. 이 책을 읽은 후 “새끼개는 왜 주인 곁에 머물고 싶었을까?”라고 질문하면, 아이들은 “사랑해서요.”,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요.”라고 답합니다. 이 짧은 말은 감정을 담은 문장이 되고, 다시 “너도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었던 적이 있니?”라고 묻는다면, 아이는 자기 경험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습니다. “저는 아픈 동생 옆에 같이 있었어요.” 같은 대답은 책 속 이야기와 아이의 삶을 이어주는 글이 됩니다. 이렇게 감정을 묻는 질문은 글 속에 따뜻함을 더해주고, 아이가 생활 속 경험을 글로 표현하게 하는 힘을 갖습니다.

4. 질문이 만들어주는 글의 구조
질문은 단순히 생각을 꺼내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글의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난중일기`에서 “왜 장군은 기록했을까?”라는 질문에 이어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세요. 아이는 이유와 결과를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며 주제-이유-결과라는 글의 기본 틀을 갖추게 됩니다. `새끼 개`를 읽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주인 곁에 머물렀을까?”라는 질문 뒤에 “만약 주인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새끼 개는 어땠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는 상상과 감정을 연결해 글을 확장합니다. 질문이 차례차례 이어질 때, 아이의 글은 단순한 문장에서 벗어나 체계와 흐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5. 책과 일상을 잇는 다리, 질문
결국 독서 질문은 아이에게 책을 넘어 자신의 삶을 쓰게 만드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난중일기`는 아이가 기록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 경험을 글로 남기는 힘을 길러 줍니다. `새끼 개`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사랑과 돌봄의 경험을 삶 속 글로 확장하게 합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듯, 질문은 책을 읽는 행위를 글쓰기와 연결하는 열쇠입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 곁에서 따뜻한 질문을 던질 때, 아이는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문해력의 밑바탕이 됩니다. 초등 저학년 시기의 작은 질문 하나가 아이의 평생 글쓰기 습관과 사고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가 질문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