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상은 글을 움직이는 날개
아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을 써야 할까?”입니다. 줄거리를 정리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기 생각을 펼치라고 하면 막막해합니다. 이때 교사가 던지는 한마디,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은 아이의 사고를 단숨에 확장합니다. 상상 질문은 단순한 사실 재진술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읽은 뒤 “네가 실베스터라면 돌을 어떻게 썼을까?”라고 묻는 순간, 아이는 곧 자기만의 이야기를 짓기 시작합니다. 줄거리 요약에서 한 걸음 나아가 창의적 글쓰기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2.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과 `레오 나의 유령친구`에서의 상상 질문 예시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은 요술 돌을 줍게 된 실베스터가 사자를 피해 스스로를 바위로 변신시켰다가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상상 질문을 던지기에 최적의 책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실베스터라면 돌을 어떻게 썼을까?”, “실베스터가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너라면 돌을 숨기지 않고 어디에 둘래?”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집니다. 어떤 아이는 “저라면 친구에게도 돌을 나눠 줄 거예요.”라고 대답하고, 또 다른 아이는 “저는 사자가 오면 투명 인간이 되겠어요.”라고 답합니다. 이 대답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이미 하나의 짧은 창작 글이 됩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책의 결말을 받아들이는 독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결말을 만드는 작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맥 버넷과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레오 나의 유령친구` 역시 상상 질문을 던지기에 좋은 책입니다. 유령 레오가 새로운 친구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보게 만듭니다. “네가 레오라면 처음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행동을 했을까?”, “레오가 더 빨리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너라면 유령이라는 사실을 숨겼을까, 솔직히 말했을까?” 같은 질문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어떤 아이는 “저라면 사람들을 웃게 하려고 그림자를 가지고 놀 거예요.”라고 말하고, 또 다른 아이는 “저는 그냥 솔직히 말하고 진짜 친구를 찾을 거예요.”라고 답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이런 답변은 곧 창의적인 글쓰기의 밑거름이 됩니다.
3. 상상 질문이 만드는 교육적 효과
우리가 흔히 “상상은 공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상상은 실제 경험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떠올릴 때, 뇌에서는 마치 실제로 그 상황을 겪는 것처럼 감각피질, 전두엽, 해마 등이 함께 활성화됩니다. 심리학 실험에서도 사람들에게 레몬을 상상하게 했을 때 침이 고이는 반응이 실제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즉, 상상은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경험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뇌의 능력인 셈입니다. 아이들이 책 속 상황을 자기 이야기로 바꿀 때, 뇌는 실제로 모험을 떠나거나 새로운 선택을 해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두엽은 문제 해결력, 대안 찾기, 창의적 연결을 담당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상상 질문은 뇌 속에서 작은 실험실을 열어, 아이가 안전하게 여러 시도를 해보도록 돕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상은 기억을 저장하고 연결하는 해마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책 속 장면을 떠올리고, 거기에 새로운 상황을 덧붙이면서 기억은 더 단단해지고 확장됩니다. 아이는 단순히 내용을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만의 경험’처럼 재구성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 풍부한 소재와 감정이 함께 흘러나옵니다. 이는 글이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로 발전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상상 질문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놀이처럼 경험하게 합니다. “네가 주인공이라면?”이라는 물음은 곧 역할 놀이가 되고, 아이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유롭게 글을 이어갑니다. 교육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상상 활동은 아이의 전두엽을 활성화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줍니다. 또한 뇌과학적으로 상상은 실제 경험과 유사한 뇌 영역을 자극하기 때문에, 아이는 글을 쓰는 동안 실제로 모험을 겪는 듯한 몰입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몰입은 글쓰기를 즐겁게 만들고, 그 결과 아이는 글을 쓰는 데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교사는 이 과정을 존중하며, 아이가 내놓은 상상을 “멋지다, 네 이야기로 책을 다시 썼구나.”라고 인정해 줄 때, 아이는 창의적 글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4. 상상 질문이 길러내는 창의적 글쓰기의 힘
상상 질문은 새로운 글감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자기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입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에서 아이는 요술 돌을 통해 자기만의 소망을 그려 보고, `레오 나의 유령친구`에서는 유령과의 우정을 통해 새로운 관계 방식을 상상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책 속 세계와 자신의 삶을 연결하게 됩니다. 상상 질문이 만들어 낸 글은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만의 목소리로 쓴 창작 글입니다. 상상 질문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아이를 글의 ‘관찰자’에서 ‘창조자’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뇌 속에서 실제 경험과 비슷한 회로가 켜지면서 아이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진짜처럼 느끼고, 그 경험을 글로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는 더 이상 과제가 아니라 놀이와 발견이 되고, 아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상상 질문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아이가 창의적 글쓰기로 나아가는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던져 준 질문 하나가 아이의 사고를 확장하고, 글쓰기를 창의적 놀이로 바꿉니다. 상상 질문은 이렇게 아이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창의적 사고를 하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