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 쓴 두 아이가 정겹게 책을 읽는 모습
1. 열린 질문이란 무엇일까?
독서 지도에서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아이가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확장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재미있었어?”, “읽었니?”와 같은 닫힌 질문으로는 아이의 사고가 넓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때 활용되는 방법이 바로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s)입니다. 열린 질문은 ‘예/아니오’처럼 단순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말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만약 네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질문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이러한 질문은 아이 스스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타인의 생각과 비교하며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줍니다. 책 속의 한 장면을 보며 “네가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어디니?”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단순히 줄거리만이 아니라 자기 경험과 감정을 연결해 답하게 됩니다. 이렇게 열린 질문은 독서를 ‘활동’으로 바꾸어 주며, 읽는 즐거움과 말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길러 줍니다.
2. 초등 1학년 발달 특성과 열린 질문
초등학교 1학년은 막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는 시기로, 호기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하며, 짧고 간단한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또한 자기 경험과 책 속 상황을 쉽게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열린 질문은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질문으로, 아이가 ‘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예시 도서로는 최은영 글, 김유대 그림의《칭찬 먹으러 가요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칭찬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발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자극합니다.
열린 질문 예시 (초등 1학년용)
* 책 속 주인공이 칭찬을 먹으러 다녔다면, 너는 어떤 칭찬을 먹고 싶니?
*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가장 행복했을 것 같아?
* 너도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본 적이 있니? 그때 기분이 어땠니?
* 책 속 그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디였니? 왜 그 장면이 좋았을까?
* 만약 칭찬이 음식처럼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양일 것 같아?
이처럼 생활 경험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질문은 자기표현을 돕고, 아이 사고의 깊이를 조금씩 넓혀 줍니다. 1학년 시기의 대답은 짧고 단순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의 근육이 자라납니다.
3. 초등 2학년 발달 특성과 열린 질문
초등학교 2학년은 1학년보다 언어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또래와의 관계를 중시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납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조금 벗어나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상황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지요. 따라서 이 시기의 열린 질문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고, 다양한 감정을 탐색하는 질문이 효과적입니다. 사례 도서로는 고정욱 글, 김유대 그림의 \*\*《이모의 결혼식》\*\*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가족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결혼이라는 중요한 삶의 사건을 아이의 시선에서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열린 질문 예시 (초등 2학년용)
* 책 속 주인공은 이모의 결혼식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 결혼식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는데, 너는 누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
* 이모가 결혼하면서 주인공과의 관계가 달라졌을까? 왜 그렇게 생각하니?
* 너는 가족 중 누군가의 특별한 날에 참여해 본 적이 있니?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나?
* 만약 네가 책 속 주인공이라면 이모에게 어떤 축하 인사를 해주고 싶어?
이처럼 열린 질문은 아이가 자기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연결하게 만들고, 감정과 관계를 언어로 정리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또한 타인의 입장에서 상상하고 말하는 과정은 사회적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4. 열린 질문이 길러주는 힘
열린 질문을 꾸준히 활용하면 아이는 책 내용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고 타인의 질문에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이는 곧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시기에 형성된 독서 습관은 중·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깊이 있는 학습 태도로 발전합니다. 나아가 글쓰기, 토론, 발표와 같은 다양한 학습 활동에도 큰 힘이 됩니다. 결국 열린 질문은 책 읽기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입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이어지고, 그 질문을 통해 생각이 성장하게 됩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이러한 열린 질문을 꾸준히 던져 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갖추게 되며, 그것이 진정한 독서교육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열린 질문은 단순한 독서 기술을 넘어,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길러 주는 가장 따뜻한 다리가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