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이 담길 때 글은 살아난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줄거리 나열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 똥은 버려졌다.”, “마법사는 가을을 팔았다.”처럼 사실은 정확하지만 글이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요. 글에 온기를 불어넣는 순간은 바로 감정이 개입할 때입니다. “강아지 똥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서 슬펐다.”, “주인공은 새로운 신발을 갖게 되어 신났다.”라는 문장이 나오면, 독자는 아이의 마음과 연결되며 글에 따뜻함을 느낍니다. 감정은 글을 살아 있게 하고, 글쓴이와 읽는 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됩니다. 그래서 교사가 던지는 한마디 질문,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물음은 단순한 독후 활동을 넘어서, 아이가 글에 감정을 실어 나르도록 이끌어 줍니다.
2. 감정 질문의 실제 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은 많은 아이가 공감하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강아지 똥은 왜 슬펐을까?
*민들레는 강아지 똥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강아지 똥이 기뻤던 순간은 언제일까?
*너라면 강아지 똥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
*강아지 똥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이들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서 슬펐다.”, “민들레는 고마워했을 거다.” 같은 답을 내놓습니다. 이 대답은 곧 한 문단 글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마리베스 볼츠의 『바로 그 신발』을 읽고 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왜 부끄러웠을까?
*친구에게 신발을 양보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네가 주인공이라면 신발을 받고 싶었을까, 아니면 주고 싶었을까?
*친구가 신발을 받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주인공은 마지막에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대답에 온기가 더해집니다. “새 신발이 없어서 부끄러웠다.”, “신발을 주어서 기뻤다.”와 같은 문장이 아이의 입에서 나올 때, 글은 사실 전달을 넘어서 마음을 담는 기록이 됩니다.
3. 감정 질문이 따뜻함을 만드는 과학적 이유
그렇다면 왜 감정을 묻는 질문이 글을 따뜻하게 만들까요? 뇌과학과 심리학은 여기에 분명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뇌의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 때문입니다. 감정 자극은 편도체에서 활성화되고, 전전두엽은 이를 언어로 정리합니다. 즉, “슬펐다.”라는 단어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뇌의 작용 결과입니다. 둘째, 발달심리학적으로 감정 어휘를 습득한 아이는 공감 능력이 확장됩니다. 글쓰기가 곧 타인을 이해하는 훈련이 되는 것이지요. 셋째, 교육심리학 연구에서는 긍정적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때 학습 동기가 강화된다고 보고합니다. 아이가 “도와주어 기뻤다.”라고 쓰는 순간, 자기 행동을 긍정적으로 강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감정 질문은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뇌 발달과 학습 동기, 사회적 공감 능력까지 연결되는 과학적 토대를 갖고 있습니다.
4. 1대1 수업에서의 실제 적용
현장에서 아이들과 1대1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감정 질문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 똥』을 읽은 뒤 “강아지 똥은 왜 슬펐을까?”라고 묻습니다. 아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서요.”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교사는 다시 묻습니다. “그럼 그때 네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는 “나도 가끔 그런 적 있어요.”라고 답하지요. 이 대화를 글로 옮기면 짧은 문장이 한 문단이 되고, 아이의 경험과 감정이 섞인 글이 완성됩니다. 『바로 그 신발』을 읽고 “신발을 양보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는 “친구가 좋아해서 나도 좋았다.”라고 말합니다. 그 문장은 아이의 배려와 공감을 담은 글이 되고, 평범한 독후감이 아닌 따뜻한 마음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5. 학부모와 아이에게 주는 의미
감정 질문은 교실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와 책을 읽은 뒤 “주인공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질문 하나만 던져 보세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며 책 속 주인공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글쓰기는 재능이나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과정임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부모가 곁에서 감정 질문을 던져주고 아이의 답을 존중해 줄 때, 아이의 글은 따뜻해지고, 삶 또한 따뜻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