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깊이의 이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학생은 단순히 글자를 따라 읽는 데 그치고, 또 다른 학생은 글 속에 담긴 뜻을 자기 생각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갑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첫 번째 열쇠가 바로 '질문'입니다. 글을 읽고 스스로 의문을 품는 순간, 아이들의 뇌는 단순한 입력 장치를 넘어 탐구와 사고의 도구로 변합니다. 30년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가장 확실히 느낀 점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가 결국 더 깊은 문해력을 키운다는 사실입니다.
2. 질문은 생각을 확장하는 날개
질문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하고, 글의 맥락과 자신만의 경험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왜 주인공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은 글 속 인물의 행동을 넘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또한 질문은 생각을 머릿속에 붙잡아 두는 힘을 발휘합니다. 질문이 없다면 책은 읽는 순간 사라지지만, 질문을 남겨둔다면 그 책은 아이 마음속에서 오래 살아 움직입니다. 결국 질문은 학습의 단순 반복을 넘어서, 사고를 깊고 넓게 펼쳐 주는 날개가 됩니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이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주인공은 지금 기분이 어땠을까?"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야기 끝나고 주인공은 뭘 하고 싶었을까?"
3. 질문하는 습관이 학습의 판을 바꾼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질문하는 습관이 학습 태도를 송두리째 바꾼다는 점입니다. 질문하는 아이는 수업 시간에 단순히 받아 적지 않습니다. ‘왜 이 개념이 중요한가?’,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능동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런 태도는 국어나 독서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사회 등 모든 교과 학습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나아가 질문은 단순한 성적 향상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배우는 자기주도 학습의 기초가 됩니다. 부모님들 또한 아이가 던지는 질문을 귀찮게 여기기보다, “좋은 질문이구나”라는 한마디로 격려해 준다면 아이의 학습 열정은 훨씬 더 단단해집니다. 초등 1,2학년이 수업이나 공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질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어: "이 글의 주인공은 어떤 친구 같아?"
수학: "왜 답이 5가 나왔을까?"
과학: "비가 오면 왜 땅이 젖을까?"
사회: "우리 마을에는 왜 학교가 있을까?"
그림책: "이 그림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지?"
4. 질문이 만드는 새로운 성장의 길
결국 문해력의 첫걸음은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책을 읽고 던지는 질문입니다. 질문이 없다면 책은 잠깐의 정보로 지나가지만, 질문이 있다면 그 책은 아이의 내면에서 지식과 지혜로 자라납니다. 더 나아가 질문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문해력은 시험 점수에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전체를 살아가는 힘입니다. 오늘 아이에게 책을 건넬 때, 꼭 함께 물어보세요.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네 생각은 어때?”라고요. 그 작은 질문 한마디가 아이의 문해력을 여는 열쇠가 되고, 더 큰 세상을 만나는 첫걸음이 됩니다.